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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카페/행복한책읽기

#R1 내 인생의 공부길잡이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정민 지음, 김영사

 

올해에는 장르불문하고 읽었던 것 중에 좋았던 책 30%+ 끌리는 새로운 책 20%+ 건축관련 책 50% 비율로 읽어나가기로 했다. 현재 7권 정도 읽었는데 아직 정리는 하지 않았다.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음미한 후 작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페북 또는 트윗으로 그들의 생각과 근황을 슬쩍 엿보고,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넷서핑을 한다. 다른 사람들이 쓴 리뷰를 읽기도 하고, 그러다 옆 길로 새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정리는 커녕 오히려 범위가 확산 되고 만다. 그 순간을 조금 더 이어가면 정리될 것 같은데 멈추어 버리니 여운이 길지 않다. 뭘 꼭 정리해야하냐고 묻는다면 조금이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그저 파편에 가려 내 생각과 말이 두서가 없어지는 까닭이다.

 

이 책을 다시 펼친 이유는 나의 '주제별 탐구' 속 카테고리의 일부를 정리해 나가는데 도움을 받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다산이 이룬 성과 보다 그 방법적인 부분에 주목한다. 어떤 방법으로 산발적인 정보들을 체계화하고 정리해 나갔느냐에 관한. 다시 말하자면 위계를 정하여 서 말의 구슬을 제대로 모으고 분류하여 마침내 서로 다른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어가는 방법에 대한 책이다. 그 방법을 10강 50목 200결로 나누어 설명해 나가는데 버릴 것이 없다. 책, 논문을 쓰거나 정보와 생각을 나름대로 정리해 나가고자 하는 이들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겐 평생 가지고 갈 실용적인 공부 길잡이가 되었다.

다산도. 연암도. 그것을 정리한 정민선생님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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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 사설

지금까지의 다산학은 연구자의 관심분야에 따라 각개약진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경학연구자는 경학으로만, 역사연구자는 역사방면에서만 다산을 읽었다. 어느 단면을 쪼개 보아도 다산은 위대하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그 위대성을 담보해준 방법적 원리에 대해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되었다. 그것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용하고 유효한 원리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난 10여 년간 연암 박지원에 몰두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18세기의 새로운 지식경영에 대해 공부하다가 다산과 새롭게 만났다. 그의 글을 거듭 읽는 동안 나는 또 다른 한 세상이 열리는 느낌을 받았다. 연암은 높고 크고 다산은 넓고 깊다. 연암은 읽고 나면 오리무중의 안개 속으로 숨는데, 다산은 읽고 나면 미운(迷雲)을 걷어내 푸른 하늘을 보여준다. 연암은 읽는 이의 가슴을 쿵쾅대게 하고, 다산은 답답한 마음을 시원하게 해준다. 연암은 치고 빠지지만, 다산은 무릎에 앉혀놓고 알아들을 때까지 일깨워준다. 연암과 함께한 지난 시간들이 벅찼다면 다산과 함께한 시간들은 나를 설레게 했다.